미 축산업자들, 중국 수출 시장 잃고 수백만 달러 손실

미국 인디애나주의 수의사이자 농장주인 마이크 레몬 박사의 고급 혈통 돼지들은 지난 4월 세인트루이스에서 중국 항저우로 향하는 비행기를 탈 예정이었다. 비행 내내 곡물 간식을 먹으며 잠을 자고 장난을 치던 이 돼지들은 중국의 양돈 농장에서 번식용으로 사육될 계획이었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에 대한 보복 관세를 시행한 지 일주일 만에 해당 거래는 취소됐다. 결국 일부 돼지들은 개체당 200달러도 채 받지 못한 채 인근 도축장으로 보내졌다. 원래 이 돼지들은 마리당 2,500달러에서 5,000달러에 판매될 예정이었다.
중국은 미국산 번식용 돼지 및 소 정액과 같은 가축 유전자 물질의 최대 수입국 중 하나다. 이 같은 틈새 수출 시장은 수익성이 매우 높으며 점점 확대되고 있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과 무역 전쟁을 시작한 이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미국 농민들과 수출업체들은 이 무역 분쟁으로 수백만 달러의 손실을 입었고, 수년간 공들여 구축한 중요한 무역 관계도 위태로워졌다고 입을 모은다. 비록 최근 워싱턴과 베이징이 관세를 유예하기로 합의했지만,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한 정책은 이미 업계에 장기적인 피해를 입혔다는 지적이다. 많은 이들이 중국과 같은 대형 수입국들이 덴마크와 같은 경쟁국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미주리주에 본사를 둔 가축 수출 회사 클레이튼 애그리 마케팅의 대표 토니 클레이튼은 “지금 우리는 브랜드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며 “고객들이 매주 미국 상황을 묻고 있지만, 어떻게 다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번 사태가 단기적인 충격이 아닌, 구조적인 손상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 대변인 쿠시 데사이는 “정부는 다른 무역 파트너들과 수십억 달러 규모의 새로운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24시간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370억 달러 규모 양돈 산업에는 번식용 돼지를 전문적으로 사육하는 농가들도 있다. 이들은 유전적으로 건강하고 많은 자돈을 낳을 수 있는 특수 돼지를 고가에 구매해, 고급 품질의 돼지고기를 생산하기 위한 기초로 삼는다.
30년 이상 세계 각국에 돼지를 수출해온 레몬 박사는 중국에 240만 달러 규모의 고급 번식용 돼지를 판매하기 위해 1년 넘게 준비해왔다고 설명했다. 이 돼지들은 건강, 번식력, 지방 함량 등에서 엄선돼 풍부한 마블링과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하는 고급육 생산이 가능하다.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의 충격은 정말 말로 다 할 수 없다”고 그는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몬 박사는 번식 사업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며, 관세 유예 기간 동안 중국 바이어와의 거래를 재개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현재 전 세계 돼지의 절반가량은 중국에서 사육되고 있으며, 중국은 2018년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으로 수백만 마리의 돼지를 도살한 이후 미국산 번식용 돼지를 대량 수입해 왔다.
가축 수출은 수익성이 높은 사업이지만, 매우 까다롭고 시간도 많이 든다. 동물을 비행기로 수송할 때는 수출업자 본인이 동승하거나, 장거리 비행 중 동물의 수분 상태와 편안함을 관리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고용해야 한다. 일부 탑승 인력은 비행 중 승무원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화물칸에서 침낭을 깔고 동물 옆에서 잠을 자기도 한다고 농가들은 전했다.